Recent List
2015-03-20
예술을 감상하는 자세
(2014/12/22 15:39 블로그 작성)
티비를 보는데,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배우 고수를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이 나왔다. 아마 영화가 새로 나와서 홍보차 나왔던 것 같았다. 인터뷰 내용은 별거 없었고, 그냥 단 두 가지 생각으로 멍하니 보고 있었다. 1) 고수, 정말 잘 생겼다. 2) 인터뷰어가 적잖이 긴장한 듯 하다. 얼굴도 벌겋고 간간히 목소리도 떠는 것 같다. 눈꺼풀도 파르라니 떨리는 것 같다. 물론 내 앞에 고수가 앉아있다면 나인들 안 떨리랴.
(참고로 난 고수와 논산훈련소 동기...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슨 말이냐면, 같은 연대는 아니었지만, 일요일 종교행사때 연무대교회에 가면 고수가 성가대석에 앉아있었다. 내가 앉아있던 자리는 2층 끝자락이라 눈코입조차 제대로 분간이 안될만큼 먼 거리였는데, 이상하게도 고수의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머리를 그렇게 밀었는데도, 그렇게 먼 거리에서부터 '잘생김'이 나에게까지 전해졌었다.)
인터뷰어의 질문은 잘 기억 안 나는데 암튼 어떤 질문에 고수가 이성복 시인의 '서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고수가 말하길, 자기는 이 시를 읽으면서 "이게 진짤까? 이게 진짜 그럴까?" 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어느 날 어떤 여자분을 만났는데, 아, 이게 진짜구나.라는 걸 경험했었다고 했다.
....
초등학교 5학년, 음악시간에 클래식음악 틀어주고는 '감상문'으로 도대체 어떤 글을 써내기를 바라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내가 되게 궁금했던 부분 - 예술을 감상하는 자세 - 이 갑자기 떠올라서, 그냥 뭔가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서시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