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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0
마음이 너무 아프다.
(2014/04/16 21:21 작성)
얼마전, 28개월된 아들을 살해한 22세의 어린 아빠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예전에는 그렇게 마음이 안 동했을텐데 28개월의 아이면 어느 정도 자랐고, 말은 어느 정도 하는지 등등을 봄이를 통해 경험하였으므로, 자연스럽게 그 어린 아빠의 행동의 끔찍함은 봄이를 향한 내 애정에게로 전이되어, 나로 하여금 기사를 읽는 내내, 기사를 읽고 난 이후에도 치를 떨게 만들었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 귀여운 아이를. 사랑받아야 마땅할 아이를. 엄마랑도 떨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혹여나 아이가 울음이나 짜증 등으로 어린 아빠를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아이가 일부러 알고 그런 건 아니었을텐데. 물론 켜켜이 쌓인 내 감정은 사실상 28개월된 '그 아이'가 아니라, 28개월째였던 내 사랑하는 봄이의 과거에 의존한 것이겠으며, 그러한 점에서 내 감정은 폭발한다.
고통을 겪는 사람, 혹은 그와 비슷한 유형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공감의 힘을 잃고 감정에 덜 동요되는 것 같다. '고등학생'이라는 이들에 대해 나는 잘 몰랐었다. 아니, 잊어버렸었던 것 같았다. 마치 새벽 동이 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가도 찢어지게 고뇌했던 나의 대학생활에 가리워진 내 고등학교 시절을, 나는 잊었던 것 같았다. 대학 졸업 후 군대에 가고, 이후에 바로 신대원에 입학하고, 청년부 사역을 하면서, 내 관심은 20대 이상, 대학생활과 이후의 진로와 연애와 결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맞추어졌으니, 굳이 고등학생 때를 떠올릴 필요가 없었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었는지, 무슨 고민이 있었고, 그것을 나는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부천동광교회로 오고, 중고등부와 만나게 된 나의 첫 느낌은 '당황스러움'이었다. 이 외계인 같은 놈들, 청년들에 비해 개그코드도 다르고 상담코드, 신뢰의 방식, 의리의 코드, 애정의 표현이 모두 다 달랐다. 청년들만 보아왔을 때엔 요즘 청소년들 키도 다들 크고 얼굴도 많이 삭았고 다들 그래보였는데, 중고딩들 사이에서 껴서 살다보니 그 안에서도 각각 다 다른 녀석들이다. 같은 교복을 입고 있고 같은 머리를 하고 같은 노스페이스를 입고 있어도, 다 각각 다른 녀석들이었다. 그렇게 나는 청소년들을 알아가게 된 것 같다.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의 많은 수가 고등학생들이라 한다. 고등학생들의 생명이 더 특별한 것은 아니기에, 세월호 안에 탑승한 모든 승객들을 '고등학생'으로 환원하는 것은 옳지 않겠다. 그 모두가 다 중요한 생명들이고, 모두가 안전하게 구조되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그 안에서 너무나도 무서운 일을 당한 고등학생들에게 나는 너무나도 많은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객관적이려고 노력하는 뉴스 앵커들이 '배가 옆으로 기울어졌다'는 또각또각한 목소리는 세월호 승객들에게 있어서 단순히 '벽면이 바닥이 된', 그냥 그런 무심한 사건이 아니라, 터전의 흔들림이자 무너짐이었을 것이다. 따뜻해진 봄 날씨는 얼음장과 같은 차가운 바닷물이 된다. 그 안에서 이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들의 의리의 코드, 신뢰의 방식은 어떻게 작용했을까? 내가 봤던 고등학생들은 이러이러하던데, 그 아이들도 그랬을까? 정말 그랬다면, 정말 너무나도 가슴 아팠겠다.. 나의 감정의 이입은 멈출 줄을 모른다.
나는 이미 단원고 학생들을 통해서 동광교회 고등부 녀석들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동광교회 고등부 녀석들을 보는 마음으로 단원고 학생들을 위해 기도한다.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하나님, 당신의 평화가 그곳과 이곳에 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 당신의 평화가 그곳과 이곳에 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나님, 당신의 평화가 그곳과 이곳에 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Label:
[elaborated],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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