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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4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청구 헌재 결의.에 대하여.




(2014/12/19 22:04 블로그 작성)



페북에 올리..려다, 괜한 태클에 걸려 내일 시험에 더 많은 지장이 있을까봐, 지금 엄청난 지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만 받으려고 한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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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도 무식해서 이딴 글 쓰는 게 우습긴 한데, 그리고 내일 중요한 시험이 있는터라 이런 대충쓰는 글에 시간 쓰는 것이 비참하기도 한데, 이번 헌재의 판결이 무슨 의미인지 도통 모르고 그저 간첩 일당들 척결해냈다고 좋아라하는 분들이 계시길래 그냥 몇 자 써보련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삼권분립의 일환으로 사법부는 국회에 대해 '정당해산'의 권한을 가진다. 그 권한으로 오늘 헌재는 통진당 정당해산 청구를 결의했다. 그 권한 이행의 근거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난 정당이기 때문, 즉 얘네들이 그야말로 '종북', '빨갱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여실히 존재하는 "국보법"으로 걸고 넘어지지 않고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꺼냈는가 하는 것. 그저 단지 '난 통진당이 좋으니 헌재 결의 반대', '난 통진당이 싫으니 헌재 결정 찬성' 이따위 논리로 오늘의 흑역사를 언급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게다가, 이미 이석기에 대한 재판에서 뚜렷한 '반체제행위'라 할 수 있는 근거를 찾지 못한 채, 오늘과 같은 판결문을 헌재는 내놓았다. 가만히 읽어보면,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당해산 청구를 결의한 근거는 얘네들이 빨갱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응당 제시되어야 할 것은 '얘네들을 빨갱이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여야 하는데, 그 이유는 판결문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대충 이런 식이다. "얘네들이 빨갱이인 이유는 얘네가 NL쪽 애들이잖아. NL쪽 애들은 원래 빨갱이야. 알지?" 결의에 대한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근거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요는, 통진당이 싫다고 해서 빈약한 논리로 정당해산을 해버리는 것은 비민주적이며, 따라서 그 자체로 반체제적이다. 난 통진당보다 새누리당을 더 싫어하지만, 헌재가 새누리당을 해산시켰다 하더라도, 이것은 스스로 민주주의국가임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옳지 않다.

...어쩌면 이들은 "국보법"으로 끌고가기 싫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잘됐다, 통진당 해산시켜버리면, 앞으로 통진당의 북한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노동자 권리 운운하는 놈들 있으면 "니놈도 그 부류냐" 윽박지를 수 있겠다. 알량한 책 몇권 읽더니 하늘이 내주신 정치(그리고 경제)권력에 감히 의문부호를 다는 좌익들, 내 먹을 밥도 부족한데 이재용사장 아들 밥까지 먹이자는 좌익들은 통진당 꼴 당하지 않게 잘 해야 할 것이다. 다스려 먹기 참 편해질 것이다. 가만, 내가 북한 얘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헷갈린다. 누군가 통진당 없애서 체제 전복, 북한화의 위협을 막았다고, 다행이라고 한다면, "체제 전복 곧 북한화는 오늘 이미 일어났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럴 일 없기를 바라지만 만일 박근혜정권이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독재권력으로서의 평가를 받게 된다면 그 시작은 2014년 12월 19일, 바로 오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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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결국 페북에 옮기면서 달았던 사족.)


요는, 지금 시국은, "통진당 싫어하는 사람은 OK, 통진당 좋아하는 사람은 분노"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이 유린당했는지 알지도 못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 오늘의 타겟은 딱히 충분한 신뢰를 쌓지 못한 통진당이었지만, 내일과 모레의 타겟은 우리가 정말로 소중히 여기는 그 무엇이 될지도 모른다. 혹 그 해산명령이, 인민의 아편이라 불리는 '개독교' 혹은 '기독교'에 맞춰지면 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게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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