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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0
같잖은 설교문 올리면서 해보는 쓸 데 없는 소리.
이번 주 청소년부 예배가 끝난 후, 밤샌 기운(?)으로 부천동광교회에서의 그간의 설교 스크립트를 모두 올렸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지만, 설교문 한 개 올리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었다. 이거, 내 밑천 다 드러나는 거 아닌가, 레파토리도 별로 없는데.. 물론 귀차니즘의 이유가 훨씬 더 컸지만 그 이면의 이러한 생각들을 이유로 설교문 올리기를 자제해야겠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랬다가, 한꺼번에 모든 설교문을 업로드했다.
쉬운 설교를 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쉽게 하기 위한 단순성에는 항상 환원주의(reductionism)의 위험이 따르게 되어있다. 이에 무지하거나 무심할 수 있다면 쉬운 설교만큼 쉬운 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환원주의의 위험을 항상 견제하면서 단순화에 따른 이차적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실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이것이 아마도 지난 세 번의 토요일 밤을 하얗게 지새게 되었던 이유였던 것 같다. 중고딩들의 눈높이에 맞춘 단순화.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보해야 하는 이차적 왜곡의 최소화.
설교 스크립트의 업로드는 일종의 '공유'의 의미이다. 지식의 전장에서 '내 것'이 가지는 특별한 의미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순수하게 타인과 객체적으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내 것'이라는 것이 없는 바에야, 결국 '내 것'은 타자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확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선생님들과 스승님들의 지식의 공유가 오늘의 나를 형성하고 구성해왔다는 점에서, 또한 더더욱 구성되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길, 즉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 내용들이 공유된다면, 또 다른 이들의 그 자신을 형성하고 구성하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설교 스크립트를 읽어보는 순간부터 알아보겠지만, 이 글들은 '어때, 내 설교 죽이지?'라는, 자랑하려고 올릴 만큼 퀄리티 있는 설교는 아니다. 더군다나, '말'하기 위해 작성된 원고라는 점에서, 내 언어 구사 습관에 따라 읽기 편하게 작성된 원고라는 점에서, 비문도 많이 발견되고, 선동적 포인트도 없지 않고, 신학적으로 문제제기를 충분히 해야 할 부분도 보인다. 논리적 맹점이 보이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러나 텍스트는 항상 그것과 상호의존적으로 연관되는 '상황'과의 뗄레야 뗄 수 없는 통전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상황과의 연관성을 가지고 있겠거니 하고 읽어주면 좋을 듯 하다. 텍스트가 꼭 모든 이들과 모든 상황에 부합되어야 할 필요는 결코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존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더라도, 올바른 컨텍스트의 이해 안에서 읽혀질 때에야 비로소 '하나님의 말씀'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인정되지 않을 때 '성서우상주의(biblicism)'가 시작되는 것이다. 성서우상주의의 패러다임 안에서는 '신천지'의 성서해석을 고도의 알레고리적 해석으로 존중하고 긍정할 수밖에 없다. 성서우상주의의 틀을 깰 때에야 비로소 '신천지'의 성서해석을 '범주의 오류'로 묶어낼 수 있다.
같잖은 글 몇 편 올리면서 쓸데 없는 소리가 많았다.
Label:
[elaborated],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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