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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0

[김성은] 고척교회 '우물가' 케냐단기선교 보고용 원고





고척교회 '우물가' 케냐단기선교 보고용 원고 by 김성은









이제는 이름만 들어도 하나님의 은혜의 숨결이 느껴지는 나라, 케냐! 올 여름 청년공동체 18명은 “HakunaMatata! God is Breathing with You!”라는 주제 아래 아프리카 땅에서의 하나님을 찐하게(!)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그 곳에서 느꼈던 설레임의 온기가 채 가시기 전에 그 곳에서의 하나님과 우리의 이야기를 고척교회 성도님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케냐는 영어와 스와힐리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HakunaMatata(하쿠나마타타)’라는 스와힐리어 단어는 ‘근심이 없다(No Problem)’의 의미를 가지는 이웃 사이의 인사말입니다. 우리 나라의 ‘안녕(安寧)’의 의미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근심이 있어도 ‘근심이 없다’는 일종의 선언으로 이웃끼리 인사를 나누니, 아프리카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의 평안과 안녕이 우리의 ‘낙천적인 성격’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평안케 하시는 한 분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여, 새로운 피조물된 그리스도인에게 ‘HakunaMatata’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낙천성’으로 읽혀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평화’를 선포하는 인사말로 거듭납니다. 역사적으로 서구 열강들에 의해 많은 고초(흑인 노예, 자원 착취 등등)를 겪었던 이 아프리카 땅에 ‘하나님의 평화’를 선포하고, 그 하나님이 ‘이미’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계신다(God is Breathing with You!)는 ‘사실’을 선포하는 것 – 바로 이것이 우리의 할 일임을 일깨우려는 것이 바로 이번 해외선교여행의 주제였습니다.







중간에 아쉽게 하차하게 된 지체들을 제외하고 총 18명의 팀원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때보다 직장인의 비율도 많았고 팀내 나이 차이도 컸던 터라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를 선용하셔서 팀워크를 다져나갈 수 있도록 도우셨습니다. 우리를 인솔하신 이은용 케냐선교사님께서 상당히 많은 분량의 사역들을 요청하셨는데, 결국엔 함께 열정을 모아 모든 팀원이 결속하여 감사한 사역의 열매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여섯 번씩 모이기도 했던 준비 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7월 13일 수요일 오전 0시 50분, 도하를 거쳐 케냐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경유시간까지 합쳐 장장 18시간의 긴긴 여정 끝에 케냐의 수도인 나이로비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서 고아원 사역 물품에 대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관세나 압수 없이 잘 통과되었습니다. 마중 나오신 유영례 선교사님의 인도로 공항에서 나와 나이로비 소재 열방선교회(Holistic Mission For All Nations)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케냐로 치면 ‘겨울’인데, 우리에게는 최저 13도, 최고 25도의 좋은 날씨였습니다. 한낮의 태양빛은 뜨거웠지만 습기가 적어 더운 느낌은 없었습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럴듯한 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많은 고층 빌딩과 잘 조성된 공원들, 대학들, 대형마트도 있었고, 도시 특유의 번잡함과 무질서함(!)까지, 우리 생각 속의 ‘아프리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케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경제적으로 – 물론 주로 수도의 경우에만 해당되지만 – 가장 안정된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나이로비에서 한 밤을 보낸 후에, 다음날 아침 일찍 주 사역지인 총게노(Chongenwo) 지역으로 출발했습니다. 일정상 도착 후 초등학교 방문 사역을 할 계획이었는데, 이동 중 승합차의 바퀴가 두 번이나 펑크나는 바람에 (그리고 타이어를 구입하러 마을까지 걸어갔다오는 바람에) 목적지인 시모트웻 교회(Holistic Mission Church For All Nations Simotwet)까지의 도착시간이 예상보다 늦어져서, 인솔 선교사님이신 이은용 선교사님과 시모트웻 교회 담임 목사님이신 메삭 목사님의 인도 하에 가까운 시장 지역으로 노방 전도를 가기로 했습니다. 아프리카 특유의 리듬감과 감성으로 표현된 찬양을 함께 부른 후에, 우리 팀의 워십댄스가 있었고, 선교사님의 말씀과 기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발이었습니다. 앞뒤가 다 헤어진 신발이나 슬리퍼라도 신고 있는 아이들은 반수도 채 안되었고, 이제는 딱딱해진 발바닥의 굳은 살만이 대부분의 아이들의 발을 보호해주고 있었습니다. 땅이라도 부드러웠으면 좋았을텐데, 크고 작고 날카로운 돌짝길은 무던히도 거칠었습니다. 그들에게 발바닥의 아픔은 그저 그냥 ‘원래 그런’ 것이 되어버렸던 거죠. 그 ‘원래 그런 것’을 뒤로 하고 소리를 꽥꽥 질러가며 찬양을 하고 방방 뛰며 찬양을 하는 그 모습에, 우리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예배시간에 찬양하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고 그래서 그 ‘원래 그런 것’을 뒤로 하고 다른 생각과 상상과 염려의 날개를 펼치기 일쑤인데 말이지요.

저녁 때에는 현지인들의 집회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역시, 아프리카 특유의 찬양은 가사를 몰라도 저절로 흥이 납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뜻을 모른 채 계속 반복해서 부르다보니 지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옆에 있던 현지인 목사님에게 물었습니다. “니웨웨 예수”라는 가사만으로 이루어진 이 곡을 벌써 20분도 넘게 한 것 같은데, 도대체 뜻이 무어냐구요. 아하, ‘오직 예수’라는 뜻이랍니다. 가사에 충실하게, 그 곡 가사는 오직 ‘오직 예수’ 밖에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선교사님의 30년 선교 사역의 내공이 전해지는 말씀 선포가 있은 후에, 기도를 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눈을 감으라고 하니까 눈만 감지 않고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더군요) 앞으로 나와 통성으로 기도하기 시작하는데, 아프리카 특유의 감성 탓인지, 너무 분위기와 감정에 치우쳐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몇은 그랬습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기도하는 많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불현듯 산상수훈의 두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 5:4),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 7:3). 하나님은 우리로 그들을 판단하기 위해 이 자리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애통하는 자와 함께 애통함으로써 그들과 우리가 모두 다 하나님의 위로하심 안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해 이 자리로 부르셨다는, 다급한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기도하였고, 성령님이 임재하셨습니다. 이건 목사님의 안수 기도에 아이들이 성령의 충만한 임재를 경험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습니다.

긴 여정과 시차로 인해 매우 피곤한 상태에서 맞이한 첫 날의 집회는 약간의 아쉬움과 기대감을 남겨두고 끝이 났습니다. 다음 날을 위한 평가회 및 나눔의 시간을 가진 후에 텐트에 들어가 총게노에서의 첫날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날씨가 건조해 해가 떨어진 이후에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갔고, 미리 준비한 방한용품으로 추위를 대적(!)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불편하고 추웠지만, 그런 생각들은 곧 피곤 속에 파묻혀 버렸습니다.







둘째 날이 되어, 초등학교 어린이 사역을 위해 총게노 초등학교에 방문하였습니다. 나름 오랜 기간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들을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잘 준비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들을 대하고 보니 우리의 준비는 너무나도 미흡한 것이었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순서를 진행해 나갔지만, 우리의 마음도 아이들의 분위기도 그저 그런 채로 끝이 났습니다. 절치부심하여 임한 다음 날 고아원 사역에서는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곧 또 우리의 마음의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주일을 지나고 월요일과 화요일을 지내면서도 어느 정도 기술적으로 손발이 맞아가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마음 속에는 허전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때때로 집회와 말씀과 기도시간을 통해 주시는 은혜도 있었지만,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케냐에 오기 전 하나님께서는 여러 팀원들과 지체들을 통하여 우리로 하나님의 큰 일을 보고 큰 은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셨었는데, 케냐에 온 지금, 그것이 딱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팀원들은 점점 지쳐갔습니다. 계속되는 흙먼지와 야외 텐트취침, 며칠 동안이나 물티슈로 세수와 목욕을 대신하던 모든 상황들이 주는 피로감은 생각보다 큰 것이었습니다.

모든 사역을 마치고 저녁까지 충분히 먹은 후 둘러 앉은 시간. 찬양하고 말씀을 나누며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는 우리로 ‘회개’하게 하셨습니다. 왜, 우리는 비싼 돈과 값진 시간을 들여가며 여기까지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왜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를 넘치도록 부어주시지 않는지 따질만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시고 회개하게 하셨습니다. 우리의 준비되지 못함과 헌신되지 못함을 회개했으며, 우리의 사역의 초점이 하나님이 아니었던 것에 대해 회개하게 하셨습니다. 사역을 위한 사역을 했고, 우리와는 다르게 생긴 이들을 진심으로 대하지 못했습니다. 우리의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마음을 가지고 사역할 수 있기를 다짐하며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마음 속에 있는 나태함까지 회개한 이후에, 비로소 성령의 충만한 임재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고등학교 방문 사역이 있었는데, 그곳에서의 집회는 초등학교 사역과는 달리 좀 더 편안한 환경과 더욱 뜨거운 호응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그 무엇 아닌 ‘하나님’을 예배했습니다. 우리 마음 가운데에는 고등학생들의 열렬한 호응에서부터 오는 들뜨는 느낌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해낼 수 없는 더욱 큰 것이 있었습니다. 물론 심적으로 이런 좋은 환경과 피드백에 의해 감정적인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포함하더라도, 우리의 마음 중심 가운데에는 엄습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것이 아닌, 하나님을 바라보는 움직임으로서의 워십댄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위하신다는 무언의 메시지로서의 드라마. 엄지 손가락을 들고 뒤뚱거리면서도 즐겁게 하나님을 찬양하는 찬양시간.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꿈에 대한 유언의 메시지. 기도로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 이야기를 담은 인형극. 이 모든 시간 동안 우리의 영은 사랑스런 케냐의 학생들과 마주하고 있었고, 또한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계시는 하나님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총게노에서의 사역 마지막 날, 우리는 시모트웻 교회와 협력하여 마을 주민 초청 집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서 마을 주민들을 초청해서 우리가 준비해 간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함께 예배하고, 우리의 사랑과 진심을 가득 담아 그들을 위한 축복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역시 넘쳐나는 은혜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방문하였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며, 계속해서 교회에 출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집회 후에는 우리들도 주민들도 서로 아쉬워 한참 동안 석별의 정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사역에 바빠서 잠시 뒤로 미뤄두었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눴어야 했는데.. 이 이야기를 하러 여기까지 온 것인데.. 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면서 급히 티셔츠를 주욱 늘리고 안그래도 나온 배를 앞으로 내밀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보고, 정말 진심을 다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HakunaMatata! God is Breathing with You! Please don’t forget this!(하쿠나마타타! 하나님은 당신과 함께 호흡하고 계십니다! 이 사실을 잊지 말아주세요!)” 현실의 어려운 상황 때문에 하나님이 보이지 않을 때에라도, 하나님은 없다고 믿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아 보일 때라도, 그럴 때에라도 하나님이 이미, 그리고 여전히, 당신들과 함께 호흡하고 계심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들의 선한 눈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의 따뜻함과 안타까움이 너무나도 느껴졌고, 제 눈시울도 뜨거워졌습니다. 그러나 그저 눈물을 흘리고 있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습니다. 가난한 자에게 복된 소식(福音)을 전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전파하고,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年)를 전파하기 위해 보내심을 받으신 예수님의 길을 조금이나마 더 깊이 알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를 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무언가를 주기 위해 시작한 선교여행. 그러나 사실상 우리가 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미미한 것들이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더 많이 받고 왔습니다. 우리에 앞서서, 이미 하나님은 자신의 선교를 시작해 놓으셨고, 이미 그 곳에서 일하고 계셨습니다. 그들을 위해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신 것 같았지만, 실상은 우리 자신을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셨던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미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계셨고(God was breathing with them), 또한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셨습니다(God was breathing with us).







이제 우리에게는, 하나님과 그리고 총게노 마을 주민들과 함께 했던 빛났던 케냐에서의 선교를 뒤로 하고, 더욱 빛나야 할 한국에서의 선교적 삶이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케냐 땅에서 그러했던 것과 같이 하나님은 – 비록 그렇지 않아 보이는 때에라도 – 지금도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계시다(God is breathing with us)는 사실을 삶으로 선포해내는, 선교적 삶이 우리 앞에 놓여져 있습니다. 귀국 후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닥쳐오면서 또다시 넘어지고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우리와 함께 호흡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누리고 향유하는, 하나님 나라의 삶을 살아내는 우리가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고척교회 성도님들께 감사합니다. 성도님들의 기도와 물질의 후원 덕분에 무사히 은혜 가운데 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사랑의 빚을 졌습니다. 케냐 땅의 흙은 18명의 젊은 고척 성도들이 밟았지만, 하나님의 긍휼로 뒤덮인 케냐 땅의 영적 토양은 고척교회 모든 성도님들과 함께 밟은 것으로 믿습니다. 모든 선교 사역 중에 혹이라도 영광 받을 만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하나님의 것입니다. God is Breathing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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