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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0
WCC에 대하여 쓰다가 미완으로 남겨둔 글.
WCC에 대한 황병구 님의 페북글을 'share'하면서 같이 쓰려던 글.인데..
쓰다보니 길어졌고 미완이라, 그냥 버리긴 아깝고 시간은 없어서
그냥 여기에 써뒀다가 나중에 와서 다시 고쳐서 올려야겠단 생각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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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자면,
1. WCC가 곧 (이 세상의 모든 운동과 단체들이 그러하듯이) 하나님 나라 운동과 동일시 될 수는 없으므로, WCC에 찬성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좀. 그래보인다. 이쪽으로 극단적인 이들은 오히려 '교회연합'이라는 WCC의 근본취지보다는 기독교의 큰 몸집을 자랑하면서 실상은 '자기확장'을 선도하려는 소인배들의 야합(ex. 한x총..)같아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2. 그러나 WCC에 대해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은 좀 더. 많이. 그래보인다. 갈라지고 분열되어 있는 교회의 '연합' 따위는 '쓰레기통에 쳐넣어도 될만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반대급부는 소위 '복음의 순수성' 정도로 정리될 것 같다. 즉 WCC가 소위 종교다원주의자들을 의회내 회원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곧 WCC가 종교다원주의자들의 신학적 입장을 지지하는 것이며, 이는 곧 오직 유일한 구원의 '방법'인 예수 그리스도 이외의 길을 WCC가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논리다.
3. 짧게 쓰기로 했기에 답답하지만, 여기에는 배타주의-포괄주의-다원주의의 경계선이 단순히 '난 이쪽, 넌 저쪽'으로 갈려진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성경과 세계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4. 그러나 이 이해가 모든 사람에게 가능할는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도 여성이 월경을 한다는 이유로 여성은 '거룩한 강단'에 설 수 없다고 질러대는 이들이 있는 이상, 여성목사 안수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그들에게 배타주의가 어떻느니 포괄주의가 어떻느니, 그러한 점에서 명확한 경계선을 긋지 '않으려는' WCC의 시도가 얼마나 그리스도적이었는지를, 암만 설명해봐도 이해하지 못하리라. 예루살렘의 왕가에서 태어났어야 할 그리스도가 사실은 '선한 것이 나올 수 없는' 나사렛 출신에다가 죄인과 세리의 친구요 먹고 마시기를 즐겨하는 예수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당시 유대인들처럼, 그들은 자기가 기대하는 만큼 '순수'해야 그것이 '복음'이라고 믿을 것이다. 이제 보니, 이들이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신앙하는 것만한 '기적'(이라 쓰고 '이율배반'이라 읽는다)이 없다.
5. WCC가 '복음의 순수성'을 변질시킬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면, 다음의 물음에 대해 책임있는 답변을 해내야 할 것이다:
1) 예수님이 '이웃'의 표본으로 보여주신 '사마리아인'은 당시 유대인의 눈으로 볼 때에는 '이단' 수준의 집단이었다.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로 사마리아인들은 유대지방에 위치한 예루살렘 성전의 정통성을 거부하고 몇 가지 사기(!)에 가까운 작업을 거쳐 그리심산에 위치한 사마리아 성전을 세우고 그에 대한 정통성을 조작하여 만들어(!)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일련의 '조작'들은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따라서 사마리아인들을 '개' 취급하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다른 유대인들과는 다르게 많은 사마리아인들과 꽤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셨고, 눅10장에서 예수님이 만들어내신 비유에서 '사마리아인'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유대인들마저도 '따라야 할 모범'으로까지 등장한다. (여기에서 배알이 뒤틀린 율법교사는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사마리아인이네요'라고 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말한다. '자비를 베푼 자겠네요... 쳇.'이라면서.) 예수님이 그렇게도 '순수'하셨던 분이었다면, 왜, 굳이, 이단자와도 같았던 '사마리아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비유를 들으셨던 것인가?
2) 복음이 그리 순수하지 '않다'는 예는 성경에서도, 교회의 역사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만일 이 언설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필시 '순수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매우 서양철학적인 전제가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복음은 순수하지 않으나, 좋은 것이다.' 복음이 순수하지 않음은, 이미 불순한 인간에게로 하나님이 성육신하셨다는 데에 그 근거가 있다. '육화'되었다는 것은 곧 '개별화'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불순한 인간의 '평균값'으로 복음이 선포된 것이 아니고, 각각의 개별화된 '나'에게 선포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좀 더 meta적인 문제제기를 해보자면. 그들이 주장하는 복음의 '순수성'. 복음은 '순수'해야 한다는 그 주장은 과연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인가, 아니면 동일성의 철학에 근간을 둔 '헬레니즘'에서부터 온 것인가? 교리가 같아야 교제가 가능하고 교리가 같아야 같은 하나님이라는 사상은, 과연 기독교적인가, 아니면 헬레니즘적인가?
3) 종교다원주의자와 말을 섞으면 '오직 유일한 구원의 방법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 없어지는가? 종교다원주의자와 말을 섞었기 때문에 없어질 신앙이라면, 어차피 언젠가는 없어질 신앙이었겠지. 말을 섞기 전이었다 할지라도, 헬레니즘의 동일성의 철학을 하나님으로 착각했던 것이었거나.
4) 사실, '예수 그리스도'를 '오직 유일한 구원의 방법'으로 보는 것은 다분히 인간이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하나님과 구원을 그저 '원리'로 보고, 그 '원리'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시키기만 한다면 '구원'이라는 아웃풋이 도출되는. 엄밀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구원은 하나님의 자기주권적 행위여야 한다. ...
============공유하려던 황병구 님의 글=======
저는 WCC 총회에 개인자격으로 잠시 방문한 것 뿐인데도 가까운 여러분들이 WCC에 대한 작금의 여러 논쟁들에 대해 의견도 물어오시고 설명을 부탁하신지라 짧게나마 제 시각을 나누어봅니다.
제가 교회와 기독교운동에 오랜 참여자이긴 하지만, 목회와 신학 영역에는 스스로 [유사]라는 접두어를 붙여서 동역하고 있는지라 저의 사안별 생각은 그 논쟁의 디테일과는 아무래도 정밀성에서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허나 이 논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교리가 아닌 조직론적인 고찰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단순화해서 세가지로 구분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하나는 연대(Solidarity)입니다. 이는 상당히 정체성이 다른 주체들이 자신의 평소 미션을 뛰어넘는 대의를 위해 한시적으로 손을 잡는 형태의 결사입니다. 이른 바 전쟁의 종식이라든지 생태의 보존이라든지 인권과 생명윤리에 있어서 불교든 이슬람이든 타종교와 힘을 합치는 것은 기독교의 연대행위이지요.
다른 한편 연맹(Union)을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는 고백적 동지애로 운명을 함께하는 공동체적 결사입니다. 노동조합이 대표적이구요. 사실 정당도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일련의 정강정책에 동의하는 정치결사체지요. 사실 교리와 신앙고백에 바탕을 둔 개별 교회들의 결사체인 교단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치 채셨겠지만 WCC는 그 명칭에서 보듯이 의회(Council)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다름의 와중에서도 공통분모 위에 공존하면서 특별한 시대적 시공간에서 최대공약수를 도출하여 공통의 미션으로 삼는 공적 프로세스에 해당합니다. 지역과 정파로 나뉜 한 나라에도 국회가 있고, 국지전이 발생하는 세계정세 속에서도 이를 평화로 이끌어 가려는 국제연합(UN)이 있습니다. 협의회, 연합, 협회 등등 명칭은 여러가지일 수 있지만 결국은 연대와 연맹 사이의 어느 지점에 존재합니다.
저는 누군가가 WCC의 회원 단체의 신학적 입장이나 역사적 행동에 대해 문제삼아 WCC 전체를 사단이라고 칭하는 것은 마치 북한이 UN에 가입했다고 UN을 공산주의 독재세력이라고 비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국회에도 친일파의 후손에서부터 주사파의 후예들까지 공존한다 하더라도 국회전체를 매국노나 빨갱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신학자 개인의 입장표명이나 교단의 교리논쟁은 존중합니다. 또한 저를 포함해서 누구라도 그 신학적 주장은 타자의 합리적인 비판을 첨예하고도 치열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금의 WCC에 대한 비이성적이고 탈맥락적인, 더구나 제가 적은 바처럼 비판대상의 정체성을 모르고 주제파악이 되지 않은 비판은 멈춰져야 합니다. 진리를 주장한다 한들 허공에 지르는 주먹질처럼 아무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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